캐러밴 문화연구소 콜로니 아르케 지부 수석 연구원 □□□은 근무 십년차의 수석 연구원이었다. □□□은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여기는 소란스러운 우주의 중심에서 떨어져나온 조그만 티끌 같은 곳이었다. 세달에 한번 찾아오는 물자보급선과 공용 네트워크만이 세상과의 유일한 연결점이었다. 깊고 고요한 어둠 속에 숨은 조그만 유리돔 안에서 세간의 관심을 피해 살아가는...
그는 내내 울었다. 몸을 누일 자리를 찾아 땅거미가 내려앉은 이데아의 도심을 헤매며, 성수기라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치르고 간신히 구한 단칸방의 눅눅한 침대 위에 그녀를 데려다 앉히며, 온통 쓸리고 터진 손가락마다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감아주며, 눈물이 말라붙은 얼굴에 수도 없이 입을 맞추며. 종일 내린 빗물이 모두 그의 눈물샘에 고이기라도 한 것처럼...
객실에 들어선 순간 서늘한 긴장이 엄습했다.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자를 응시하는 곧은 시선에 담긴 것은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운 경계심이다. 눈에 띄게 움츠러든 그가 희게 질린 입술을 깨무는 것이 보인다. 예상치 못한 날선 분위기에 남자는 드물게 당황한다. 말다툼이라도 한건가. 그런 것이라기에는 명확하게 남자를 향하는 시선이었다. 무거운 침묵 ...
그와 그녀가 위로와 온기를 나누는 사이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계책을 짜냈다. 목표는 남자와 에리히 슈미츠의 충돌을 막는 것과 그와 그녀의 안전을 지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는 것이었다. 한참이나 숙덕거리며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분배하던 아이들은 마침내 굳은 결의를 다지며 각자의 위치로 흩어진다. 동생은 비장한 얼굴로 두 팔을 벌리고 ...
유로파 레기온 끄트머리의 조그만 회색 집에 손님이 들이닥쳤다. 본디 예정대로라면 그레타 인문대학을 견학하고 있을 시간이었으나 동생이 들이민 사진 한 장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뒤틀어지고 말았다. 당황한 나머지 말문이 막힌 동생은 한참을 허둥거리다 정확한 설명을 위해 지원군이 기다리는 집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요란한 차림의 소년과 제미마의 연인인 토모요가 ...
물먹은 가지가 늘어지고 젖은 이파리 산들바람에 스치는 푸른 오솔길. 싱그러운 관목숲을 지나면 아기자기한 들풀로 가득한 정원이다. 이슬비 방울져 맺힌 꽃망울은 수줍게 고개를 기울이고, 오목한 풀잎에 고인 말간 빗물에 조그만 산새가 목을 축인다. 그녀는 꽃송이처럼 벙그러진 우산을 받쳐들고 춤추듯 가벼운 걸음으로 비 내리는 화원을 거닌다. 나고 자란 정원으로 돌...
입국 수속을 마친 시각, 이데아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런. 예보에는 없었는데. ……지나가는 소나기일 겁니다.” “오!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걸요. 항상 이 소리가 그리웠어요.” 비가 내리는 하늘을 보는 것이 대체 얼마만인지! 그녀는 구름 자욱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지었다. “비오는 날을 좋아합니까?” “제레미아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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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촉이 종이 위를 부드럽게 스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남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집어든다. 다시 연인들이 자리에 모였다. 이번에는 충동적인 방문 대신 제대로 약속을 하고. 그는 긴장이 풀린 나른한 얼굴로 머그컵 손잡이를 어루만지고, 그녀는 수첩을 세 권이나 늘어놓고 여기에서 저기로 필기를 옮겨 적느라 분주하다. “무얼 한다고 그리 바쁜가...
'답지 못한 짓을.......' 남자는 후회하고 있었다. 변호사의 손아귀에서 풀려나자마자 충동적으로 연인의 방을 찾아간 것도. 연락도 없이 방문한 탓이지만 비어 있는 방에 우습게도 아쉬움인지 노여움인지 모를 마음을 머금은 것도……. “어서 들게.” ……그리고 산만한 덩치의 티탄 안전요원 S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지금 상황까지도. 남자는 한가한 사람...
“수고했어.” 변호사의 사무실은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배어든 아늑한 공간이었다. 짙푸른 정장을 걸친 여자는 제후를 맞이하는 군주처럼 우아하고 관대한 모습이다. 마주앉은 남자는 굴욕적인 긴장감을 억누르기 위해 다시 어금니를 악물어야만 했다. 남자가 바친 공물은 예의 '소문'에 대한 정보였다. 단서가 드러나기 시작한 이상 존재 자체를 숨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안전요원 전용 구역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함내에서 가장 무감동한 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른 구역에 비해 천장이 높다는 것을 제외하면 흥미로울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무미건조한 회색 복도는 묵직한 군홧발 소리 외에는 말소리조차 떠도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니 복도를 지나가던 요원들이 명랑한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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